뇌혈관 기형은 뇌졸중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뇌동맥류, 모야모야병, 뇌동정맥 기형 등이 해당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발병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어 근본적인 치료가 어렵다. 다행인 점은 조기 발견 시 예방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오늘은 뇌동맥류, 모야모야병, 뇌동정맥 기형과 같은 뇌혈관 기형의 특징과 증상, 진단, 치료 방법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목차]
뇌동맥류
특징
뇌동맥 일부가 약해지면서 특정 부위가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것을 '뇌동맥류'라 부른다. 부풀어 오른 동맥류는 혈관벽이 매우 얇은 상태라 쉽게 파열될 수 있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서 뇌출혈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런 경우 사망확률은 무려 50%에 이를 정도다. 발생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거나, 고혈압 등 다른 요인으로 혈관 벽에 지속적으로 압력이 가해져 발생한다고 추측하고 있다.
증상
파열되기 전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두통이나 어지럼증, 발작, 사시, 복시, 시력 저하 등 이상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증상이 있다면 파열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본다. 뇌동맥류 파열로 뇌출혈이 시작될 경우는 심각한 증상이 나타난다. 극심한 두통, 혈압 상승, 목이 뻣뻣해지거나 의식을 잃는 것이 대표적이다.
진단 및 치료
진단을 위해 CT나 MRA를 촬영해 이상 여부를 1차적으로 판단한다. 뇌동맥류 의심소견이 있다면 '뇌혈관 조영술'을 시행한다. 치료방법은 동맥류의 모양, 크기, 위치 등에 따라 달라진다. 크기가 작은 경우(2mm 이하)에는 우선 경과를 지켜본다. 크기가 큰 경우, 파열 위험이 높기 때문에 '동맥류 결찰술', '코일색전술' 등 수술적인 방법으로 치료한다.
- '동맥류 결찰술'은 두개골을 열는 일명 '개두술'이다. 현미경으로 관찰하여 뇌동맥류를 찾아낸 뒤, 작은 클립으로 부풀어오른 혈관의 입구를 묶는 방식이다.
- '코일색전술'은 두개골을 열지 않고 혈관에 카테터라는 긴 관을 삽입한다. 카테터를 통해 뇌동맥률에 접근한 뒤, 코일을 삽입하여 동맥류 내부를 채워 넣는 방식이다.
모야모야병
특징
책 '고장 난 뇌(데이비드 다우 외)'는 어린 나이에 뇌졸중을 경험한 저자와 그들 가족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어린 나이에 뇌졸중을 앓게 된 원인이 바로 '모야모야병'이었다.
모야모야병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뇌혈관 내벽이 두꺼워지면서 혈관이 막히는 질환이다. 뇌를 촬영하면 좁아진 혈관으로 아주 약하게 혈액이 흐르기 때문에 마치 아지랑이 같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모야모야병'이라고 불린다. 좁아진 혈관은 파열되거나 막힐 수 있는기 때문에 뇌출혈이나 뇌경색 위험이 높다.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 발생률이 높으며, 10대 이하의 어린이와 30대 이상의 성인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어린 나이에 뇌졸중을 경험했다면 대부분 이 병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증상
뇌혈관이 좁아지면서 '일과성 뇌허혈 증상'이 나타난다. 혈액의 양이 줄어들면서 일시적으로 증상이 생겼다 사라지는 현상이 반복된다. 팔다리가 저리거나 힘이 빠지는 증상, 일시적인 언어장애, 시야장애, 두통 등이 흔하다. 뜨거운 음식을 식히기 위해 바람을 불거나, 풍선을 불거나,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심하게 울었을 때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진단 및 치료
뇌동맥류와 마찬가지로 영상촬영으로 1차 판별한 뒤, 확진을 위해 뇌혈관조영술과 SPECT 검사를 시행한다. '뇌혈관 조영술'은 혈관의 모습을 정확히 관찰하고, 'SPECT 검사'는 뇌혈관을 통해 유입되는 혈류의 양을 측정한다. 치료 방법은 엄밀히 말하면 없다. 뇌혈관이 좁아지는 원인을 모르니 막을 방법은 없는 것이다.
대신, 수술적 방법으로 예방할 수는 있다. 뇌로 혈액을 공급해줄 수 있는 우회로를 만들어 뇌로 유입되는 혈액량을 늘려주는 것이다. 이를 '혈관 문합술'이라 부르며, 이 방법으로 뇌졸중 위험을 6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문합술은 연결 방식에 따라 3가지 방식으로 구분한다.
- 직접 혈관 문합술 : 뇌혈관과 두피 표면에 위치한 혈관을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다. 수술 직후부터 뚜렷한 혈류량의 개선을 볼 수 있지만, 혈류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과관류 증후군' 같은 부작용 발생 위험이 큰 편이다.
- 간접 혈관 문합술 : 두피, 근육 등으로 가는 혈관을 대뇌 표면에 얹는 방식이다. 신생 혈관이 안으로 자라들어가 혈류량을 늘릴 수 있도록 유도한다.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혈관이 성장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린다. 혈관이 얇은 아이들에게 많이 시행되는 방법이다.
- 병합 혈관 문합술 : 직접 문합술과 간접 문합술을 동시에 시행하는 방식이다. 주로 성인에게 시행되는 방법이다.
뇌동정맥 기형
특징
책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질 볼트 테일러)'의 저자는 30대에 뇌출혈을 경험했다. 알고보니 그녀는 뇌동정맥 기형을 갖고 있었다. 어릴적부터 고질적으로 그녀를 괴롭히던 두통의 원인이 사실 이것 때문이었음을 그녀는 아프고 나서야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 몸에 동맥과 정맥이 있듯이, 뇌혈관 역시 뇌동맥과 뇌정맥이 있고 그 사이를 모세혈관이 이어주고 있다. 뇌동정맥 기형은 모세혈관 대신 '기형 핵'이 동맥과 정맥을 직접 연결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동맥과 정맥 사이의 압력차이로 인해 파열될 확률이 정상적인 경우보다 매우 높으며, 파열될 경우 뇌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증상
뇌동정맥 기형 주변 뇌조직에서 일과성 허혈 증상이 유발될 수 있다. 뇌기능 이상으로 간질 발작이 일어나거나, 약을 먹어도 듣지 않는 두통이 발생할 수도 있다. 동맥의 높은 압력으로 정맥 쪽 혈관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약 50%가 뇌출혈로 나타나며, 부위와 출혈 정도에 따라 두통, 마비, 의식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진단 및 치료
우선, 뇌혈관 CT, MRA 촬영으로 이상 여부를 판단한 뒤, 확진을 위해 뇌혈관 조영술을 시행한다.
치료 방법으로는 수술이 유일하다. 기형 핵의 크기와 위치, 증상 및 환자의 상태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수술 방법에는 동정맥 기형 절제술, 혈관 내 수술, 방사선 수술 등이 있다.
- 동정맥 기형 절제술 : 개두술로 진행하여 기형 부위를 제거하는 방법이다. 기형의 위치가 표면에 위치할 경우는 성공률이 높지만, 뇌의 중앙부나 뇌간 근처인 경우 합병증 위험이 높은 편이다.
- 혈관 내 수술 : 카테터를 삽입하여 관을 통해 코일 등을 주입해 기형 부위를 막는 방법이다. 완치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다른 수술의 보조적인 용도로 활용된다.
- 방사선 수술 : 뇌의 심부나 뇌간 부위의 작은 기형을 치료하는데 유리하다. 완치율은 60~85%로 알려져 있다. 개두술로 이뤄지는 절제술에 비해 부작용이 적으나, 치료 후 기형이 완전히 사라지는데 2~3년의 시간이 걸리는 단점이 있다.
여기까지 뇌졸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인 혈관 내 기형에 대해 알아보았다. 공통적으로 발생 원인을 알 수 없어 약물 치료 등이 불가능하지만, 수술을 통해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기도 하다. 나 역시 모야모야병으로 뇌경색이 앓게 된 가족이 있다. 이런 병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상태였기에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모른다. 오늘 포스팅이 관련 질환을 앓고있는 분이나 환자의 주변분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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