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이 오면 다양한 후유증을 경험한다. 그중에는 말을 하지 못하는 실어증도 포함된다. 모야모야병 환자인 남편은 수술 후 발병한 뇌경색으로 후유증으로 심한 '실어증'을 경험했다. 오늘은 비슷한 상황의 환자 및 가족분들을 위해 남편의 실어증 회복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목차]
브로카 실어증 회복과정
뇌경색 직후에는 아예 의사소통이 어려웠다. 점차 회복되면서 브로카 실어증, 명칭 실어증으로 변해갔다. 각 회복과정별 증상의 특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해보았다.
전실어증
처음 1주간은 거의 전실어증 증세를 보였다. 손상을 받은 뇌가 안정되는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때는 의식이 명확하지 않아 의사소통 자체가 어려웠다.
브로카 실어증
2주 뒤부터는 브로카 실어증 증세를 보였다.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지 못했고, 생각나는 단어가 없어 질문에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주로 고개를 끄덕이거나, 손짓하는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했었다.
할 수 있는 건 이름이나 간단한 단어 말하기,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따라하기, 소리 내서 글자 읽기 등이 가능했다. 가장 신기한 건 노래 부르는 건 가능했다는 점이다. 아는 노래는 가사를 보지 않고도 끝까지 부를 수 있었다. 말은 하지 못하는데 노래는 부를 수 있는 걸 보고 매우 신기했었다.
명칭 실어증
발병 후 1년 정도 지난 뒤에는 '명칭 실어증' 진단이 나왔다. 이때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어느 정도 표현하는 것이 가능했다. 유창성은 낮지만 의사소통은 가능했다.
반면, 단어를 떠올리고 말하는 속도가 매우 늦었다. 문맥에 맞는 단어를 찾는 것이 어려웠다. 가끔 잘못된 조사를 사용할 때도 많았다. 아이들이나 외국인이 쓰는 문장처럼 어색한 문장으로 말할 때가 종종 있다.
이 시기에 신기했던 건 '쉬운 단어'보다 '어려운 단어'를 먼저 떠올린다는 점이었다. 이를테면, '붕'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말해달라고 하면, '붕어' 같은 쉬운 단어보다 '붕우유신' 같이 어려운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 거다. 어릴 때 배운 '언어'로 익힌 단어보다 '학습'을 통해 체득한 단어를 더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 같다.
현재 상태
최근에는 간단한 대화는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다만, 복잡한 내용을 조리 있게 설명하거나, 긴 글을 작성하는 건 힘들어한다. 아직도 일주일에 1번씩 언어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도 점차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실어증 회복 관련 Q&A
Q. 실어증은 회복이 가능할까?
A. 그렇다. 뇌의 '가소성'덕분에 회복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뇌의 기능에 중요한 건 뇌세포 그 자체가 아닌 세포의 연결 방식이다. 특정 뇌세포가 손상되더라도 남아있는 세포들이 연결망을 형성할 수 있다. 새로운 연결망은 이전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고, 새로운 기능을 학습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실어증 회복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Q. 실어증 환자의 회복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무엇인가?
A. 회복은 ① 뇌 손상의 정도, ② 환자의 나이, ③ 환자의 교육 수준 및 외국어 능력, ④ 환자의 재활 의지 등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뇌 손상이 적고, 나이가 어리고, 교육을 많이 받았으며, 재활 의지가 강할수록 완치 확률이 높다.
Q. 실어증이 완전히 회복되는 데 얼마나 걸리나?
A.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통상 재활의학과에서는 약 2년 정도를 회복 기간으로 보고 있다. 환자마다 회복 속도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공통적으로 뇌졸중 발병 후 6개월까지 빠르게 회복된다. 이때를 '골든타임'이라 부른다. 이후 회복 속도는 점차 느려지게 된다.
Q. 실어증을 회복한 사례가 있을까?
A. 실제로 완벽에 가깝게 회복한 사례도 많다. 하루도 빠짐없이 읽기 연습을 한 덕분에 학교에 복귀한 대학교수님, 팔이 아플 정도로 글을 쓴 덕분에 빠른 시간 안에 복직에 성공한 변호사 등등. 실어증이 완치될지 여부는 아무도 모르지만, 불가능한 것만은 아닌 듯하다.
참고 / 브로카 실어증 재활 원칙
1. 숙련될 때까지 반복 훈련한다.
2. 훈련 내용을 의식적으로 자각해야 향상할 수 있다.
3. 의도적으로 안 되는 기능을 더 많이 사용한다.
4. 훈련 강도를 계속 높여나가야 뇌에 새로운 연결망을 만들 수 있다.
5. 숙련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반복해야 뇌의 신경망이 변화한다.
6. 훈련하지 않는 기능은 약화되고, 훈련하는 기능은 강화되므로 하루도 빠짐없이 훈련한다.
여기까지 뇌졸중 후유증으로 인한 브로카 실어증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의식적으로, 반복해서, 매일 훈련한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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