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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무심코 한 훈육, 아이의 뇌를 멍들게 할지 모른다?

by avec-marie 2024. 11. 19.

찰리 채플린은 말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우리 집이 딱 그랬다. 멀리서 보면 화목했지만, 가까이서 보면 전쟁터나 다름이 없었다. 분명 훈육이었지만, 아이의 뇌가 멍들기에는 충분했다. 훈육과 폭력의 경계는 생각보다 애매모호하다. 그래서 오늘은 폭력이 아이의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훈육이란 이름의 폭력

우리 집에는 성인 팔 정도 되는 나무로 된 거대한 고추장 주걱이 있었다. 잘못을 할 때마다 내 엉덩이를 고추장처럼 만들곤 했다. 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엄마는 고추장 주걱을 버렸다.  "이제 너도 중학생이 되었으니, 더 이상 체벌하지 않을게"라고 말하면서.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사춘기 딸과 갱년기 엄마의 관계는 마치 우리에 갇힌 굶주린 맹수와 같다. 엄마와 부딪히는 일이 늘어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는 주걱 대신 손과 발을 사용해 공격하는 법을 터득했다. 딸에게 주어진 유일한 규칙은 "어떤 공격에도 절대 방어하지 말 것"이었다. 학창 시절의 대부분을 멍한 상태로 보냈다. 뇌에 멍이 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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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이 뇌에 미치는 영향

1. 뇌 발달 저해

우선, 뇌 발달을 저해하고 스트레스 민감성을 높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지 기능과 관련 있는 뉴런의 수상돌기가 짧아진다. 수상돌기는 다른 뉴런이 보낸 신호를 받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약화된 신경 회로는 인지 능력을 떨어뜨리고, 학습과 문제해결 능력, 기억력 등을 저하시킬 수 있다.

 

2. 스트레스 민감도 증가

반면, 위험 신호를 판별하는 역할을 하는 편도체의 수상돌기는 커진다. 다시 말해, 외부에서 들어온 자극에 대한 정보가 전달되면, 공포 반응을 일으키는 편도체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성적 판단을 내리는 전두엽은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

 

3. 학습된 무력감

장기간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은 '학습된 무력감'에 빠지기 쉽다. 스스로 상황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며 무기력하게 좌절하고,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뇌의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번 일어난 손상은 뇌 전체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우울증, 수면장애, 인격장애 등 다른 질환이나 장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아이의 뇌는 상처받기 쉽다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은 아이의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신체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언어폭력, 방임, 정서적 학대 등 모든 형태의 폭력은 아이의 뇌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이의 뇌는 아직 성장 중이며, 외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폭력적인 환경에 노출된 아이는 불안, 우울, 분노 등의 감정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학습 능력과 사회성이 저하될 수 있다. 그러니 훈육이란 명분 하에 사랑하는 아이의 뇌를 망가뜨리는 실수를 저지르지 말자. 아이들은 폭력이 아닌 사랑과 존중으로 자라야 함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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