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젊은 부부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갈등 상황 중 하나가 바로 '부동산' 문제입니다. 특히, 내 집 마련을 앞두고 의견 충돌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요. 얼마 전, 제 친구 부부도 비슷한 일로 크게 다투었다고 합니다. 남편은 작년부터 꾸준히 "지금 집값이 너무 올랐으니, 조금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집을 사자"라고 주장했지만, 아내는 "더 늦기 전에 빨리 집을 사야 한다"며 맞섰습니다. 결국 아내의 의견대로 집을 구매했는데, 최근 금리 인상과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거봐, 내 말이 맞잖아! 괜히 서둘러서 집을 사서 손해를 봤다"라며 아내를 비난했고, 결국 둘은 큰 싸움을 벌였다고 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일이 일어난 후에 "내가 그럴 줄 알았어"라고 말하며 마치 모든 것을 예견했던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는 '사후 과잉 확신 편향'이라는 심리적 현상 때문인데, 오늘은 이 편향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세히 알아보고, 더 나은 소통 방식을 고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후 과잉 확신 편향이란?
사후 과잉 확신 편향이란, 어떤 사건이 발생한 후에 마치 자신이 처음부터 그 결과를 예측했던 것처럼 착각하는 인지적 편향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내가 그럴 줄 알았어!"라고 말하며 자신의 예측 능력을 과장하는 것이죠. 하지만 실제로는 사건 발생 전에는 그 결과를 확신하지 못했거나, 오히려 반대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편향이 생기는 원인?
1. 인지적 일관성 유지 :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거의 판단이 현재의 결과와 다를 경우, 인지적 불일치가 발생하고 불편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마치 처음부터 현재 결과를 예상했던 것처럼 기억을 왜곡하고 합리화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주식 투자에 실패했을 때 "사실 그 주식은 위험하다고 생각했어."라고 말하며 자신의 판단을 정당화하는 것이 이에 해당합니다.
2. 자기 방어 기제 : 누구나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습니다. 사후 과잉 확신 편향은 이러한 자기 방어 기제의 일종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대신 "내가 그럴 줄 알았어."라고 말하며 자존심을 지키려는 것입니다. 실패를 외부 요인이나 상황 탓으로 돌리고, 자신의 예측 능력을 과장함으로써 심리적 안정감을 얻으려는 것이죠.
3. 통제감에 대한 욕구 : 세상은 예측 불가능한 일들로 가득 차 있고, 우리는 종종 불확실성 속에서 불안감을 느낍니다. 실제로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내가 이미 알고 있었어."라고 생각함으로써 불안감을 줄이고 통제감을 느끼려는 것입니다.
4. 기억 왜곡 :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은 희미해지고 왜곡될 수 있습니다. 특히, 강렬한 감정을 동반한 사건일수록 기억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다보니 과거의 기억을 현재의 관점에서 재구성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성공했을 때는 자신의 역할을 과대평가하고, 실패했을 때는 외부 요인을 과장하여 기억하는 것이죠.
사후 과잉 확신 편향의 문제점?
인간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거봐, 내가 그럴 줄 알았어."라는 말 속에는 상대방의 판단을 무시하고, 자신의 의견만 옳다고 주장하는 듯한 뉘앙스가 담겨 있기 때문이죠. 상대방의 판단력과 능력을 무시하는 듯한 말은 수치심이나 모욕감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신뢰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에게 책임을 전가하려고 한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내가 뭐랬어?" "내 말 안 듣더니 결국 이렇게 됐잖아."라는 말은 문제 해결보다 갈등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상대방은 더 이상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말하지 않거나, 관계 자체를 피하려고 할 수 있습니다.
내 말이 맞잖아! 대신…
사후 과잉 확신 편향에 빠져 상대방을 비난하는 대신, 다음과 같은 표현을 사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 "이렇게 될 줄은 나도 몰랐네.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지 같이 고민해 보자."
- "너무 자책하지 마. 그보단 해결 방법에 집중하는게 좋을 것 같아"
- "상황이 이렇게 되서 안타까워.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같이 노력해보자."
사후 과잉 확신 편향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편향을 인지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서로 존중하는 태도를 통해 더 나은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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