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야모야병 아시아인 흔하다? 오해라면 바로잡아야 하는 이유

보통 모야모야병은 아시아인에게 흔히 발병하는 질병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저도 지금까지 그런 줄 알았습니다. 헌데, 최근에 미국에서 이뤄진 한 연구결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내놨습니다. 2005~2008년까지 발생한 모야모야병 환자 중 '백인'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었죠. 혹시나 아시아인에게 흔하다는 사실이 오해가 아닐까 의심이 되기 시작하더군요. 그런 오해는 모야모야병 연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죠.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자세히 설명드려보겠습니다.

[목차]

 

모야모야병, 아시아에서 흔한 질병?

모야모야병은 일반적으로 한국, 일본 등 아시아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것을 알려져 있습니다.

1992년 진행된 지역별 환자 분포 조사 결과, 일본을 제외한 1,063명의 환자 중 아시아 625명(한국 289명, 중국 245명), 유럽 201명, 아메리카 176명으로 나타났습니다. 비율로 보면 아시아 58.8%, 유럽 18.9%, 아메리카 16.6% 수준입니다. 상대적으로 유럽과 미국 대륙에서는 발병률이 낮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일본과 한국의 모야모야병 환자 현황

일본의 경우 1995년 10만명당 0.35 수준의 발병률이 2008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0.94까지 증가했습니다. 공통적으로 남녀 성비는 1:1.8 ~2.2 수준으로 여성 환자가 2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령별로는 10~20세와 35~50세에 가장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한국의 경우 본격적인 모야모야병 역학조사는 비교적 최근에서야 진행되었습니다. 2006년부터 희귀질환자 등록 프로그램을 실시하면서 모야모야병 환자에 대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2008년 신규 환자 발병률은 10만 명당 1.0 수준이었으나 2011년이 되면 2.3으로 상승합니다. 공통적으로 남녀 성비는 1 : 1.9 수준이며, 연령별로는 5~14세와 45~54세에 가장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얼핏 보면 한국의 발병률이 일본보다 높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사연도 자체가 차이가 크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습니다. 일본 역시 발병률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였으므로 같은 시기 데이터를 비교하면 한국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의 모야모야병 환자 현황

아시아 외 지역에서 모야모야병 연구가 진행된 사례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 중 미국에서 진행된 2건의 연구를 살펴보려 합니다.

먼저, 2005년 진행된 연구에서는 발병률이 0.086 수준으로 상당히 낮습니다. 그 중에서도 아시아계 미국인의 발병률은 0.28로 백인과 비교하면 무려 4.6배나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이것만 보면 역시 모야모야병은 아시아인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2013년 진행된 연구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2005~2008년 미국의 모야모야병 환자 중에서는 '백인'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 논문에서는 정확한 인종 비율은 제시하고 있지 않지만, 분명 백인 환자가 가장 많았음을 시사하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모야모야병 환자들이 보이는 양상도 전반적으로 비슷했습니다. 남녀 성비는 1 : 2.2 수준으로 여성이 높았습니다. 발병연령은 10대와 40~50대에 정점을 보이는 이중 곡선이 나타났거든요.

실제 '고장난 뇌(Healing the broken brain)'의 공동저자 데이비드 다우는 모야모야병 환자입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모야모야병으로 뇌졸중을 앓았죠. 뇌졸중이 발병하기 전까지 그가 모야모야병 환자일거란 사실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가 어떤 혈통을 가졌는지까지 알 수는 없지만, 그의 페이스북을 보면 결코 '아시아계 미국인'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모야모야병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아야 하는 이유

어쩌면 모야모야병이 아시아인에게 흔하게 발병한다는 말은 오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과 일본 같은 아시아 국가에서 진단과 치료가 잘 이뤄졌기 때문은 아닐까요? 대다수의 국민이 공공의료 혜택을 보지 못하는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모야모야병 환자의 치료는 고사하고 진단도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지 않을까요?

다른 국가에서도 앞으로 관련 연구가 많이 이뤄졌으면 좋겠네요. 이런 오해가 모야모야병 연구에 방해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아시아계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제한적 연구가 이뤄지거나, 미국이나 유럽의 유능한 연구진이 투입될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게 될 수도 있을 거 같거든요. 그러니 앞으로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제대로 된 역학조사와 연구가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모야모야병 원인 인자, 쉽게 이해하는 관련 연구 결과 총정리

 

---

참고자료
Jong S. Kim. Moyamoya Disease: Epidemiology, Clinical Features, and Diagnosis. Journal of Stroke 2016;18(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