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응급실에 갔던 날, 남편의 증상이 모야모야병 때문이란 의사의 말에 덜컥 겁이 났습니다. 뇌혈관이 좁아지는 희귀병이라는 것보다 더 무서웠던 건 '개두술'을 해야 한다는 말이었죠. 갑자기 두개골을 여는 수술이라니... 처음에는 어떻게든 수술만은 피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야모야병은 약물만으로는 치료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약을 먹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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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으로 치료할 수 없는 모야모야병
모야모야병은 뇌혈관이 좁아지는 희귀 난치병입니다. 아직까지는 혈관이 좁아지는 현상 자체를 막을 수 없는 약은 없습니다. 좁아지는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치료할 수 있는 방법도 알 수 없는 상태거든요.
간혹 성인 모야모야병 환자 중 약물치료를 하면서 추적 검사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별한 증상이 없거나 검사 결과 혈류량 감소가 심하지 않을 경우, 고령이거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 등이 해당합니다. 뇌졸중 발병 위험보다 수술로 인해 발생할 위험이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이죠.
그래서인지 굳이 수술하지 않고도 약을 먹으면서 관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모야모야병이 언제 어떻게 진행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현재 증상이 없더라도 언제든 악화될 수 있거든요.
1998년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모야모야병을 치료하지 않은 경우 뇌졸중이 발생할 확률은 연평균 10.3% 수준이라고 합니다. 진단 첫해에 발생할 확률은 18% 정도로 가장 높았으며, 이후에는 매년 5% 정도의 발병률을 보였다고 합니다.
2021년 기준 한국인의 뇌졸중 발병률 0.21%에 비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치죠. 뇌졸중으로 악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수술만이 유일한 치료 방법입니다.
약을 복용하는 이유?
대부분의 경우 약을 복용하는 이유는 수술 전후에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을 완화하고 뇌졸중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치료'가 아닌 '예방'이 목적인 셈이죠.
어떤 약을 복용할까?
1. 항경련제
항경련제는 수술 전 뇌 혈류량 감소로 일어날 수 있는 경련 발작을 막기 위해 복용합니다. 뇌경색을 예방하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거든요. 복용하는 기간은 환자마다 다릅니다.
저희 남편의 경우 수술 전후로 약 한달 정도 복용했고, 이후 증상이 사라져 복용을 중단했습니다.
2. 혈압약
모야모야병 환자들은 뇌 혈류량을 늘리기 위해 보통 혈압이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혈압이 너무 높으면 약해진 혈관에 무리가 되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정 혈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희 남편의 경우 110~130mmHg 수준으로 혈압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혈압을 체크하고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3. 아스피린 + 위장보호제
아스피린은 혈전 생성을 막아 뇌졸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모야모야병 환자는 가느다란 기형 혈관이 많아 작은 혈전에도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남편은 진단 후 매일 아침 아스피린 1정을 복용 중이며, 아스피린 부작용인 위장 장애를 최소화하기 위해 위장보호제(란스톤)도 함께 복용하고 있습니다.
모야모야병을 약으로 치료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긴 합니다. 그래도 수술적인 치료 방법으로 뇌졸중 발병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참고로, 위에서 언급한 내용은 남편의 사례일 뿐 환자 개인의 상태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꼭 전문 의료진과 상의하셔서 본인에게 적합한 치료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참고자료
- Hyun Wook Lee, M.D., Seung-Chyul Hong, M.D.. Complications Associated with Surgical Treatment of Moyamoya Disease and Their Management. J Korean Neurosurg Soc 29;136-1139, 2000
- Jeong Eun Kim, md·Chang Hwan Pang, md, Diagnosis and treatment of adult Moyamoya disease, J Korean Med Assoc 2019 November; 62(11):577-585
- Eui Kyo Seo. Diagnosis and Treatment of Moyamoya Disease. Ewha Med J 2013;36(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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