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탄소배출을 많이 하는 제품에 앞으로 더 많은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CBAM 도입에 따라 한국 제조 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면서 유럽 수출량이 많은 '철강' 분야는 비상이다. 정부까지 나서서 기술혁신을 하자고 팔을 걷어붙였다. 과연 어떤 혁신적인 기술을 도입하려고 계획하고 있을까? 오늘은 탄소중립을 위한 철강 분야 기술현황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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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탄소가 가장 많이 배출되는 산업?
한국에서 탄소 배출이 가장 많은 산업은 바로 '철강'이다. 2018년 기준 1억 120만 톤으로 모든 산업 분야를 통틀어 1위를 차지했다. 철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철광석 그 자체에 있다. 알다시피 철은 공기 중에 그냥 두면 쉽게 녹슨다. 녹이 슨다는 건 산소와 결합해 산화된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자연에 있는 모든 철광석은 부식된 상태이다. 그래서 이 철에 들러붙은 산소를 제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걸 환원이라 부른다. 이때 코크스라고 부르는 탄소 덩어리를 사용한다. 녹슨 철과 코크스를 커다란 고로에 넣고 가열한다. 그럼 코크스(C)는 철광석에 붙은 산소를 빼앗아 이산화탄소로 변한다.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덕분에 우린 순수한 철을 얻게 된다.
기후 위기, 변화하는 국제 정세
얼마 전,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라는 새로운 제도를 시행했다. 제도의 요점은 이거다. 탄소를 많이 배출한 제품을 유럽으로 수출할 때는 추가 세금을 더 내라는 것이다. 자신들은 탄소 배출량 줄이려고 노력 중이기 때문에 생산과정에서 돈이 더 많이 든다. 한데, 다른 나라에서는 자신들만큼 노력하지 않기 때문에 더 저렴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걸 유럽에 팔면 자신들 제품보다 훨씬 싸게 팔 수 있으니 유럽 기업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어떤 면에서는 말이 되는 거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괘씸하다. "여태껏 당신들이 배출한 탄소는 생각 안 하고!"
한국은 난리 났다. 아직은 CBAM이 시범 운영 중이라 큰 문제가 없지만, 2027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현재 철강은 우리나라에서 EU로 수출하는 품목 중 89%를 차지한다. 그만큼 막대한 돈을 유럽에 세금으로 내면서 수출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국의 대응?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했다. 2023년 발표한 '철강 분야 탄소중립 기술혁신 전략로드맵'이 그중 하나다.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그린 제철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총 5가지 분야의 기술 혁신 로드맵을 제시했고, 이에 따라 정부 예산을 투입, R&D를 진행하고 있다.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기술의 핵심은 코크스(C)를 사용하지 않고 철강을 생산하는 것이다.
- 코크스(C) 대신 수소(H) 사용하는 기술 : "고로-전로 연원료 대체 기술"
- 전기를 사용해 쇳물을 생산하는 기술 : "탄소저감형 전기로 기술"
- 두 가지를 혼합한 새로운 공정 기술 :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신공정"
이를 더 직관적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고로-전로 연원료 대체 기술" + "탄소저감형 전기로 기술" =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신공정"
각각의 기술들을 다양한 세부 기술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 정확하게 등식이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다만, 각각의 기술들을 개발해 궁극적으로는 코크스(C)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무탄소 공정을 도입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이다.
과연 잘 될까?
거창한 계획처럼 보이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엄청난 혁신기술이라기보단 공정기술을 개선하는 수준이다. 물론,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공정기술은 현장 적용 시 변수가 많기 때문에 상용화까지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이것만이라도 잘 적용되면 일단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은 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정부에서 제시한 기술이 너무 단기적인 목표에 치중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로드맵을 보면 정부 지원 R&D는 몇 년 뒤면 끝이 난다. 이후 과정은 모두 민간에게 맡겨놓는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인 관점의 기술 혁신 방향은 전혀 제시하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 정부가 조금 더 멀리 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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