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ADHD 단 한 번도 약속을 잊지 않은 비결

성인 ADHD 대표적 증상 중 하나는 약속을 깜박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어릴 적부터 그런 적이 종종 있었던 것 같다. 무슨 상황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자주 "아, 맞다!" 라고 말한 건 기억한다. 그 다음 기억은 나를 흘겨보는 누군가의 싸늘한 표정이다. 문제는 약속을 잊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기억을 못한다는 점이다. 

회사생활을 시작하자 더 이상 이 문제를 방치할 수 없었다. 정해진 일정을 잊는다는 건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테니 말이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약속을 기억하려고 애썼다. 그렇게 하기 시작한 게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 동안 나는 약속에 늦은 적은 있어도 잊어버린 적은 거의 없었다. 나는 어떻게 약속을 잊지 않을 수 있었을까?

메모? 그걸로는 안돼

아마 다들 자신만의 방법이 있을 것이다. 수첩에 메모를 하거나, 스마트폰 어플에 기록하거나, 캘린더에 써놓는 등 기억하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하지만 나는 그 메모를 했다는 사실을 종종 잊었다. 메모를 했다면 어디에 했는지 잊곤 했다. 심한 경우는 메모를 어디에 했는지도 기억하지만, 그 메모가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럴 때면 정말이지... 나 자신에 대한 자괴감에 괴로워하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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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방법은 '총동원 전략'

그래서 지금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종합적으로 사용하는 '총동원 전략'을 사용한다. 눈에 띄는 곳에 일정을 바로바로 기록하고, 또 기록한다. 한 곳에만 작성해서는 안된다.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곳에 기록한다. 그리고 틈 나는 대로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든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다. 

 

• 1. 구글 캘린더를 사용한다

기본은 구글 캘린더이다. 데스크톱은 물론 스마트폰 어플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사용한 여러 캘린더 중 가장 접근이 쉽고, 동기화가 빠르다. 일단 모든 일정은 기본 구글 캘린더에 기록하는 습관을 들였다. 

 

• 2. 캘린더 위젯을 사용한다

구글 캘린더는 2가지 형태의 캘린더 위젯을 제공한다. 둘 다 써보니 '캘린더 월 별 보기' 기능이 일정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더 편리했다. 

 

• 3. 캘린더 리마인더 기능을 사용한다

중요한 일정은 리마인더 기능을 사용한다. 설정한 시간에 일정 알림을 팝업, 소리/진동 등 다양한 알림으로 리마인더 해주는데, 참 유용하다. 구글 Task와 연동하면 특정 시간에 해야 할 일까지 손쉽게 관리할 수 있어 편리하다. 

 

• 4. 수첩 형태의 다이어리 또는 탁상형 캘린더를 사용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나는 수첩 형태로 된 다이어리의 월 별 캘린더에도 일정을 적는다. 그게 아니면 탁상형 캘린더에 적어두고 수시로 들여다본다. 일정 이 변경될 경우, 수정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손으로 일정을 쓰는 행위 자체가 좀 더 오래 기억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당연히 구글 캘린더에도 적는다! 어플에 기록하는 건 디폴트다. 

 

• 5. 다이어리를 작성하면서 캘린더를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매일 다이어리를 작성하면서 구글 캘린더를 다시 한번 확인한다. 그날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적고, 시간대 별로 무슨 일을 할지 작성한다. 그때 오늘 중요한 일정이 무엇이 있는지 다시 본다. 자연스럽게 오늘 일정 계획을 세우며 이번 주 일정을 다시 한번 살펴보게 된다. 

'총동원 전략'의 효과

이렇게 일정을 반복해서 들여다보니 결코 잊어버리지 않는다. 사실, 이 정도까지 했는데 잊어버리면 사회 생활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이렇게 훈련하다 보니 조금씩 기억력이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뇌는 노력하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하던데, 사소한 일에 주의를 집중할 수 있게 된 걸지도 모르겠다. 

 

마무리

물론, 가끔은 이렇게 까지 노력해야 되나 싶은 생각은 든다. 남들은 쉽게 하는 일정 관리가 나한테는 고시 공부하는 것보다 힘들다는 게 억울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지금 와서 바꿀 수도 없으니 적응하고 사는 수밖에... 혹시 자주 약속을 잊는 성인 ADHD라면 '총동원 전략' 한번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