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에는 동호회 회장만 3개를 맡고 있는 인기 만점 선배가 있다. 뛰어난 친화력과 리더십으로 누구에게나 인기 만점인 이 선배는, 사내 평판도 좋고 아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팀원들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하는 일마다 실수 연발에 수시로 일정을 까먹는 것은 기본이고, 얼마 전에는 중요한 보고를 놓치는 바람에 징계를 받기까지 했다. 팀원들은 그가 성인 ADHD일 거라 의심한다. 지적 능력이나 사회성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어떻게 일만 저렇게 못할 수가 있느냐는 것이다.
성인 ADHD, 회사 생활에 적합하지 않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성인 ADHD도 얼마든지 훌륭한 회사 생활을 할 수 있다. 자신의 관심 분야인 경우, 누구보다 뛰어난 역량을 보여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회사 생활은 자신이 원하는 일만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그렇다면 '자신만의 역량을 갖추는 것'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어려워하는 일일 수록 더 좋다. 그 일의 비중이 크면 클수록 회사 생활이 조금은 덜 힘들 것이다.
나의 역량은 '보고서 작성 능력'
나에게 그 역량이란 '보고서를 쓰는 능력'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잘 쓴 것은 아니다. ADHD는 정보를 체계적으로 조직하고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나 역시 처음에는 문서를 이리저리 바꿔 봐도 한 눈에 들어오는 보고서를 쓰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잘 쓴 선배의 문서를 출력해서 책상 위에 올려놓고 수시로 들여다봤다. 글쓰기 관련 책을 읽었고, 관련 교육은 꼭 찾아 들었다. 물론, 모든 교육이 나에게 효과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꾸준히 노력하면서 나에게 맞는 학습 방법을 찾아나갔다.
그렇게 노력한 덕분에 이제는 보고서는 쉽게 작성한다. 얼마 전에는 직장 상사가 "우리 회사에서 가장 보고서를 잘 쓰는 사람"이라 말해주기도 했다. 그 덕분에 팀에서 나가는 모든 문서는 대부분 내 손을 거친다. 내가 특히 취약한 업무 - 이를테면, 예산표를 짜는 일 - 은 나의 손을 떠났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고서는 잘 못써도, 예산표는 잘 작성하기 때문이다. 나처럼 예산표의 합계가 매번 안 맞는다던가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서로가 잘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윈-윈 관계인 것이다.
성인 ADHD, 나만의 역량을 만들자
같은 회사에 근무하던 그 선배도 자신이 잘하는 일을 맡았다면 어땠을까?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협의하는 일 - 영업이나 대외 홍보 등 -을 맡았다면 능력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그 선배가 대외 협력팀에서 활동했다면, 뛰어난 친화력과 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엄청난 성과를 냈을 것이다. 그가 그 시간을 동호회 인맥 관리 대신 자신의 장점을 살려 할 수 있는 업무를 발굴하는 데 사용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마무리
성인 ADHD는 회사 생활에 적합하지 않다는 편견은 이제 내려놓자. 자신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찾는다면 얼마든지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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