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ADHD 인생 살면서 가장 불편한 점은?

성인 ADHD는 곧 유년 시절도 ADHD로 살았다는 뜻이다. 나이가 들면서 어떤 계기로 생긴 증상이 아니라, 원래 태어날 때부터 주의집중이 어렵고 충동 조절이 안됐다는 거다. 성인 ADHD 진단 받은 뒤, 검사결과를 보고 의사가 깜짝 놀라며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이렇게 살았어요? 불편하지 않았어요?" 그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제가 원래부터 이랬으니 몰랐죠. 남들도 다 이런 줄 알았죠." 처음부터 산만하고 충동적이었으니 대부분 그러려니 하고 적응하고 살았던 거다. 

인생 살면서 가장 불편한 점, 말 실수

그런 나도 인생 살면서 '이런 나 때문에 너무 불편하다' 고 느낀 게 하나 있다. 바로 '말 실수'다. 인간 관계에서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는데, 많은 경우 그 말을 입 밖에 뱉어버렸던 것 같다. 심지어, '이 말은 하면 안되는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말이 나오는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결과는 말할 것도 없이 파국이었다. 나의 말 때문에 상처 받은 사람들은 내 곁을 떠났다. 혼자 남은 채로 내 머리를 콩 쥐어 박은 적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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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실수의 원인, 충동성

말 실수의 원인은 '충동 조절이 안되기 때문'이다. ADHD는 '행동과 인지의 충동적 경향'을 보인다. 말이나 행동, 사고 과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특성을 보인다.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떠오른 생각을 그대로 말하거나 행동에 옮길 가능성이 높다. 의도적으로 행동하기 보다는 '반응을 억제하는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있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래서 어떤 상대에게 의도하지 않게 상처를 주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말 실수로 잃어버린 인간관계...

한번은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갔을 때 일이다. 어학원에서 알게 된 언니와 같이 룸 쉐어를 하게 되었다. 낯선 타지에서 만나 친해졌으니 얼마나 의지가 되고 돈독한 관계였겠는가? 한데, 시간이 지날 수록 언니의 행동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승무원을 준비하던 그녀는 외모에 관심이 많았다. 같이 있는 모든 사람의 주목을 받고 싶어했다. 특히, 남자들이 있을 때 그런 경향이 더욱 심해졌다. 머릿속에 '꼴보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번 떠오른 생각은 껌딱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며칠간 언니를 피했다. 언니는 나의 이상한 반응에 걱정이 됐는지 이유를 물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고 결국 생각한 말을 내뱉었다. 꼴보기 싫다고... 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알았다. 우리의 친밀한 관계가 방금 끝이 났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만의 극복 방법 3가지 

지금 생각하면 언니에게 너무나도 미안하다. 충동 조절이 어려운 나 때문에 괜히 언니에게 피해를 줬기 때문이다. 그런 일들을 몇번 반복하자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노력했다. 충동적으로 떠오른 대로 말하지 않으려면 어떤 말을 하면 안되는지 구분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대화법을 공부했다.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책이 특히 도움이 되었다. 인지심리치료도 받았다. 특정 상황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합리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을 키웠다. 이런 노력 만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건 막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언제 또 충동적으로 이상한 말을 내뱉을지 몰라 두려웠다. 성인 ADHD 판정 후 약물 치료를 하면서 비로소 많이 좋아졌다. 말 실수를 하는 것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1. 대화법 공부
2. 인지심리치료
3. 약물치료

 

마무리

성인 ADHD인 분들은 아마 비슷한 경험이 꽤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 동안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을지 짐작이 간다. 하지만 이미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 역시 잃어버린 관계 때문에 속상했지만, 이제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대신, 오래 전 상처 준 친구를 만나게 되면 꼭 이야기한다. "그때 내가 너한테 말 실수한 거, 정말 미안해." 그럼 다들 괜찮다고 말한다. 예전의 친밀한 관계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사과하는 것 만으로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 이제 곧 연말이 다가오면 모임 시즌이 시작된다. 말 실수 때문에 서먹해진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다면 사과의 말을 건네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