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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성인 ADHD 회의 시간 딴 생각 안 들키는 방법

by avec-marie 2024. 11. 14.

성인 ADHD에게 회사 생활은 전반적으로 쉽지 않다. 그럼에도 가장 힘든 순간은 과연 언제일까? 나 같은 경우는 회의 시간이었다. 회의가 조금만 길어지면 곧바로 딴생각에 빠져든다. 하지만 거의 10년 간 회사 생활 하면서 요점만 간단히 하는 회의는 들어가 본 적이 손에 꼽는다. 그 시간에 회의 대신 다른 일을 했으면 훨씬 생산적이지 않았을까?

회사에서 딴 생각이 가장 많이 날 때는?

특히, 회사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돼서 업무 파악이 덜 됐을 때가 가장 어렵다. 회의만 들어가면 생각이 이리 저리로 확장돼서 갈피를 잡기 힘들다. 아직 업무 내용을 잘 모르는데, 모르니까 더 집중이 안 됐던 것 같다. 회의에 집중을 못하면 회의 때 결정된 사항을 나만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그래도 이건 회의록이 공유되거나,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면 돼서 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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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시간 딴 생각이 문제? 

진짜 문제는 발표와 질의응답 형식의 회의 때 벌어진다. 우선, 발표시간을 버텨내는 게 고역이다. 5~10분 내로 발표를 끝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다고 재미있는 내용도 아니다. 요점 전에 배경 설명이 많다. 일을 열심히 했으니 내용이 많은 건 이해하지만, 그 많은 걸 다 설명해 주면 나는 어쩌란 말인가? 10분이 지나면 거의 영혼은 회의실을 뛰쳐나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귓가에 들리는 발표자의 목소리는 나를 스쳐 지나간다. 
더 문제는 질의응답 시간에 벌어진다. 들은 게 있어야 질문을 하는데 아무것도 들은 게 없기 때문이다. 분명 두 눈 부릅뜨고 양쪽 귀도 모두 열고 있지만, 보고 들은 게 아무것도 없다. 이 상황을 다른 사람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딴 생각 안 들키는 나만의 방법

이런 회의는 꼭 돌아가면서 꼭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모두들 기다렸다는 듯이 질문을 쏟아낼 때면 쥐구멍을 찾거나, 투명 망토를 뒤집어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쥐구멍에 숨기엔 너무 거대하고, 투명 망토는 구할 수가 없다. 일단은 위기를 벗어나는 게 우선이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했을까?
경험이 적을 때는 내 차례가 오기 전에 급하게 회의 자료를 뒤져봤다. 누가 봐도 뭐라고 말할지 몰라서 전전긍긍하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위기상황이 되면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면서 어떻게든 뭐라고 말을 하긴 했다. 그렇게 한두 번 넘어가다 보면 나중에는 이러다 긴장돼서 제 명에 못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령이 생기고 나서는 내용은 잘 몰라도 일단 들리는 단어 중심으로 받아 적었다. 발표가 마무리되는 시점이 되면 정신을 붙들고 메모한 단어들을 조합해 발표 내용을 추측한다. 질의응답 내용도 어느 정도 패턴이 있기 때문에 대충 물어보는 것이 비슷하다. 다른 사람들이 질의응답 하는 동안 듣는 척하면서 머릿속으로는 질문할 내용을 생각했다. 
 

마무리

다행인 건 그나마 업무가 익숙해지면 좀 나아진다는 거다. 처음에는 업무 파악이 안 되어 있으니 회의 내용에 흥미를 느끼기가 어렵다. 그래서 잘 안 들린다. 어쩌면 나중에도 안 들리는 건 똑같은데, 내용을 대충 아니까 추측하는 게 쉬워진 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여전히 회의가 길어지면 아직도 딴 생각이 든다. 잘 처신하면서 그럭저럭 버텨가고 있다. 언제쯤 이런 연극을 그만할 수 있을까? 혹시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성인 ADHD 분들, 모두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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