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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성인 ADHD 콘서타 2년 넘게 먹어보니...

by avec-marie 2024. 12. 12.

나는 성인 ADHD다. 평생을 머리가 멍한 상태로 살았다. 길을 걷거나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할 때면 늘 머리가 멍해졌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생각해 보면 대체 여기까지 어떻게 온 건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 가끔은 내가 순간 이동을 하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그래도 그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늘 그래왔으니 남들도 다 그러는 줄 알았다.

 

처음 복용했을 때는...

우연한 기회에 성인 ADHD임을 알게 되었고, 곧바로 콘서타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첫 일주일은 신세계였다. 브레인 포그 현상이 사라지니, 마치 개안이라도 한 것처럼 세상이 또렷하게 보였다. 돋보기안경을 쓴 것처럼 모든 것이 확대돼서 보이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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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 지나자...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극적인 효과는 사라졌다. 대부분은 지지부진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콘서타를 먹는게 과연 맞는 건지, 도통 효과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날들이 계속되었다. '괜히 약값만 축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쯤, 갑자기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집중력을 보이는 날이 있었다. 그럴 때면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리둥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콘서타 2년 넘어가니...

그렇게 해가 두 번이 바뀌니 이제야 확실히 좋아지는 게 보인다. 생활 전반에 변화가 많지만 가장 큰 변화는 책 읽기가 수월해졌고, 업무 효율이 올라갔으며, 감정 조절이 잘 된다는 점이다.

 

예전과 비교하면 책 읽기가 편해졌다. 전에는 난독증을 의심할 정도로 책 읽는게 힘들었다. 방금 읽은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 다시 돌아가는 건 물론이고, 두꺼운 책은 앞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 중간에 포기한 적도 많았다. 지금은 빠르게 속독하면서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다. 두꺼운 책도 전체 내용을 구조화해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 10년만 젊었어도 수능을 다시 봤을 것이다.

 

업무 효율이 올라간 건 말할 것도 없다. 지루한 회의 시간도 잘 견딜 수 있게 되었고, 한번 시작한 일은 앉은자리에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복잡한 일을 절차대로 수행하는 것도 전보다는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감정 조절이 확실히 잘된다. 덕분에 인간 관계에서 겪는 불필요한 갈등이 줄었다. 생각과 동시에 내뱉던 경솔한 말이 줄어들었고, 나 혼자 오해하고 감정을 터뜨리던 나쁜 습관도 고칠 수 있었다. 덕분에 가족과 친구, 회사 동료들과도 전보다 더 좋은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내 생각에 콘서타는...

나는 성인 ADHD 치료가 다이어트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살이 빠지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매일 운동을 하고 식단을 조절해도 살은 조금도 빠지지 않는 것 같다가도, 어느 날 체중계 위에 올라가면 2~3kg가 훅 빠져있지 않나? 성인 ADHD 치료도 마찬가지다. 콘서타를 꾸준히 복용하다 보면 나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갑자기 좋아지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혹시 나처럼 성인 ADHD 치료를 위해 콘서타를 복용하는 분들이 있다면,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계속 치료를 받을 것을 권하고 싶다.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확 달라진 자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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