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직후 주식이 크게 떨어졌던 시기를 기억하시나요? 잠깐 바닥을 찍은 주식은 미국의 금리인하 효과에 힘입어 무섭게 상승하게 시작했습니다. 이런 속도로 가다간 얼마 못가 조정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고, 코스피 하락에 배팅하는 인버스 ETF를 매수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주가는 그 이후로도 계속 올랐고, 저는 어느 순간 손절 타이밍을 완전히 놓치고 말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눈물이 날 것 같네요. 혹시 저처럼 막연한 희망 속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을 지켜보고 계셨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의 미련한 행동은 알고 보니 닻 내림 효과(Anchoring effect) 때문일 수 있더군요. 가용성 발견법처럼 인간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인지적 편향의 일종이죠. 제가 이런 심리학 개념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었다면, 지금같은 손실은 나지 않았을 것 같죠? 오늘은 이 닻내림 효과와 주식투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닻 내림 효과란?
닻 내림 효과(Anchoring effect)는 처음 접한 정보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판단이나 결정을 내리는 인지적 편향을 말합니다. 마치 배가 닻을 내리면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는 것처럼, 우리도 처음 접한 정보에 고정되면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1974년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에 의해 처음 제시되었습니다.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참가자들에게 1부터 100까지 숫자가 적힌 돌림판을 돌리게 했습니다. 돌림판에서 나온 숫자를 확인한 뒤 "유엔에 가입한 아프리카 국가의 비율이 얼마나 될지 물었습니다. 놀랍게도, 참가자들은 돌림판 숫자에 근거해 추정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를 테면, 돌림판 숫자가 10이 나온 사람들은 65가 나온 사람에 비해 아프리카 국가 비율을 훨씬 낮게 추정하는 식으로 말이죠. 이는 돌림판 숫자가 닻(anchor) 역할을 해 참가자들의 추정치를 그 숫자 주위에서 결정하게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 접한 정보가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결과입니다.
일상 속 닻 내림 효과
처음 주식을 매수했을 때의 가격이 닻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주식을 10,000원에 매수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후 주가가 8,000원으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10,000원에 샀는데 8,000원에 팔 수는 없지!" 라는 생각에 손절하지 못하고 계속 보유하게 되는 것입니다. 처음 매수 가격을 기준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현재 가격을 상대적으로 낮게 인식하는 것이죠. 그럼 어떻게 될까요? 조금 기다리면 오르겠지 생각하며 손절 타이밍을 놓치게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닻 내림 효과는 마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1+1 행사, 50% 할인 등의 문구는 처음 제시된 가격을 닻으로 삼아, 소비자가 실제보다 더 큰 할인 혜택을 받는다고 느끼게 만듭니다. 중고거래 시 판매자가 처음에 높은 가격을 부르는 것 역시 닻내림 효과의 일종입니다. 먼저 가격을 제시하게 되면 그 가격이 기준이 되어 협상에 임하게 될 확률이 높거든요. 아무래도 판매자가 원하는 가격에 더 가까운 금액으로 거래를 성사될 확률이 높아지겠죠?
닻 내림 효과에서 자유로운 투자를!
닻 내림 효과는 잘 활용하면 유용한 전략이 될 수 있지만, 때로는 닻에 갇혀 객관적 판단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특히, 주식 투자, 부동산 거래 등 규모가 큰 거래에서는 치명적인 손실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평소 닻 내림 효과를 정확히 인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대비 효과를 피하기 위한 전략과 비슷하게 다양한 정보 수집, 비판적 사고, 자신만의 기준 설정 등의 전략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닻 내림 효과라는 인지적 함정을 꼭 기억하세요! 그것만으로도 분명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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