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열풍이 불던 시절, 저는 경제를 어둡게 전망하는 몇몇 전문가를 신뢰했습니다. 곧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것이기 때문에 무리하게 빚내서 집사지 말라는 경고에만 귀를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부동산 가격 상승세는 훨씬 더 오래갔습니다. 그때 집을 매수했다면 하지 않았을 마음 고생의 시간들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일치 편향이란 인지적 함정에 빠져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일치 편향은 무엇이고, 이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일치 편향이란?
일치 편향(Congruence bias)은 자신의 가설이나 생각에 맞추어 정보를 탐색하고 해석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즉, 처음에 세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증거만 찾게 되는 것이죠. 기존 신념을 유지하려는 '확증 편향'과도 유사해 보이지만, 정보 탐색의 방향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일치편향 vs 확증편향 ?
확증 편향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왜곡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내 생각과 같은 정보만 찾아서 자신의 말이 맞는다는 걸 보이고 싶어하죠. 반면, 일치 편향은 자신의 가설을 검증할 때 반증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고 오직 가설을 지지하는 정보만 찾으려고 합니다. 내 생각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실험이나 관찰만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A라는 약은 효과가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고 가정해 봅시다. 확증 편향의 경우, 약의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 결과만 찾아보고, 부작용이나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는 무시합니다. 반면, 일치 편향의 경우, 약의 효과를 검증하는 실험을 할 때 효과를 본 사람들의 사례만 수집하고 나머지는 고려하지 않습니다. 즉, 확증 편향은 정보를 편향적으로 선택하는 것이고, 일치 편향은 대안적인 가설을 배제하고 자신의 가설에 맞는 정보만 찾는 것입니다.
일치 편향, 왜 문제가 될까요?
일치 편향에 빠지면, 객관적인 판단을 흐리게 되고, 결국 잘못된 투자 결정으로 이어져 큰 손실을 볼 수 있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부동산 하락에 배팅한 경우, 부동산 경기에 대한 정보를 탐색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왜곡합니다. 긍정적인 부동산 뉴스를 접해도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고 속단합니다. 하락을 전망하는 전문가 의견에만 주목하고 다른 의견은 다 거품 조장이라고 매도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현실을 부정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저만 '벼락거지'가 된 상황을 감당하려니 심적으로 힘들었나봅니다. 그때 다른 정보에도 귀를 기울이고, 다른 가능성을 고려했다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일치 편향을 극복하려면?
이번 부동산 상승기는 안타깝게 지나갔지만, 저의 인지적 오류를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저의 가설을 반증할 수 있는 정보도 열린 마음으로 객관적 시각에서 검토해보려 합니다. 일치 편향은 인간의 자연스런 본성이지만 동시에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인지 오류이기도 하니까요. 여러분도 일치 편향에서 벗어나 다음 부동산 상승기에는 꼭 기회를 잡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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