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코로나 초기의 상황을 기억하시나요? 그때 주식만큼 변동성이 컸던 게 바로 국제유가입니다. 마이너스 가격을 찍은 것을 보자마자 다음날 바로 WTI 선물 ETF를 매수했습니다. 예상대로 WTI는 며칠 뒤 바로 반등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반등하고 나니 불안감이 올라오더군요. "국제 유가가 또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 불안한 마음에 정보를 찾아봐도 유가 하락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눈에 들어왔습니다. 유가 상승에 대한 전문가 예측은 좀처럼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며칠 못가 가지고 있던 ETF를 모두 팔았습니다. 그 후 국제 유가는 계속 상승하더니 100을 넘기고 내려오더군요. 제가 믿고 싶었던 대로 믿었던 '확증 편향'의 함정에 빠져 좋은 기회를 날려버린 셈입니다. 오늘은 닻 내림 효과 같은 인지 왜곡의 한 형태인 확증 편향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확증 편향이란?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은 자신의 기존 신념이나 가치관에 부합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거나 왜곡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1960년대 인지심리학자 피터 왓슨(Peter Wason)이 제시한 개념입니다. 왓슨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2, 4, 6이라는 숫자를 제시하고, 이 숫자들이 따르는 규칙을 찾도록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규칙에 맞는 숫자들을 제시하고 실험자는 규칙에 맞는지 여부를 알려주었습니다. 실험 결과,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의 가설을 확인하는데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짝수"란 규칙을 생각했다면 8, 10, 12와 같은 숫자만 제시하고, 7, 9, 11과 같은 숫자는 제시하지 않는 식이었죠. 자신의 가설과 반대되는 숫자들은 의도적으로 피한 것입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증거를 찾을 뿐, 그와 반대되는 증거에는 무관심한 비합리적 태도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확증 편향을 모를 때 생기는 문제
주식 투자에 있어 확증 편향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큽니다.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왜곡하게 만들어 치명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거든요. 주식 투자를 매수, 보유, 매도 단계로 나눠 각각에서 확증 편향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까요?
1. 매수 단계에서는 투자한 종목에 대한 긍정적 정보만 확인하는 경향을 보일 수 있습니다. 반대 의견이나 비판적인 분석은 자기도 모르게 무시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전문가가 이 종목은 앞으로 10배 오를 것이라고 했다"는 정보만 기억하고, "경쟁사의 등장으로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는 분석은 무시하는 것이죠.
2. 보유 단계에서는 빠른 손절을 막는 요인이 됩니다. 사실 주가 하락 추세가 시작되면 다시 반등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손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에 계속 보유하거나, 심지어 추가 매수를 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3. 매도 단계에서는 주가가 조금만 올라도,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하며 조급하게 매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이익을 확정하고 싶은 심리와 불확실성에 대한 회피 성향이 확증 편향과 결합되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반대로 주가가 상승했다가 하락하면 미리 팔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와 미련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확증 편향에서 벗어나려면?
확증 편향은 주식 투자의 모든 단계에서 작용하여, 투자자의 판단을 왜곡하고 비합리적인 결정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확증 편향은 극복할 수 있는 인지적 오류라는 점입니다. 정보의 출처를 다변화하고, 반대 의견도 의도적으로 경청하는 것은 확증 편향을 막는데 도움이 됩니다. 감정을 배제하고, 기업 가치를 분석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세우고 지키는 것 역시 확증 편향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이 되겠죠?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 확증 편향의 인지 왜곡 현상을 정확히 이해하고, 객관적 시각으로 투자한다면 투자 성공률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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