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집에 와서 녹초가 된 몸으로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을 때, "오늘 나 진짜 일 많이 했다!" 라고 생각하신 적 있으시죠? 그런데 물리학에서는 이 '일'을 어떻게 정의할까요? 사실, 물리학에서 말하는 "일"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일"과는 조금 다릅니다. 솔직히 말하면, 물리학에서의 "일"은 이해하기 꽤 어려운 개념입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존재하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 대체 왜 배우는걸까요? 물리학은 우리를 괴롭히기 위해 존재하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일은 사실 힘과 에너지 개념을 연결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이들 두 개념을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죠. 오늘은 고전역학의 힘과 에너지 개념에 대해 먼저 살펴본 뒤, 일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힘과 에너지?
힘은 물체를 움직이게 하는 원인입니다. 어떤 질량(m)을 가진 물체를 가속도(a)로 움직이게 만들 때 힘(F)이 작용한다고 보는 겁니다. 그래서 힘은 아래와 같은 수식으로 표현되고, 이 식을 처음 정립한 위대한 과학자의 이름을 따서 N (뉴턴)이란 단위를 사용합니다.
반면, 에너지는 물체가 가지고 있는 능력입니다. 이 능력으로 다른 대상의 상태를 변화시킬 수 있을 때 우리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표현합니다. 운동에너지, 열에너지, 핵에너지 등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 에너지를 표현하는 공식은 여러가지이지만 공통적으로 대문자 E를 사용해 표현합니다. 단위는 J (줄)을 사용합니다.
힘과 에너지는 둘 다 물체의 운동을 설명하는 중요한 개념입니다. 하지만, 힘은 N(뉴턴), 에너지는 J(줄)로 서로 단위가 다릅니다. 서로 단위가 다르면 둘을 직접적으로 연결하기가 어렵겠죠? 이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일"입니다.
일이란?
"일"은 힘과 에너지 사이의 "에너지 통화" 또는 "에너지를 이동시키는 수단"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물체에 힘(F)이 작용하여 일정 거리(s)를 이동했을 때, 그 힘은 물체에 일을 해줬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일은 W = F * s 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F는 힘, s는 이동 거리입니다. 힘이 작용해 일을 하고 난 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힘을 작용하여 물체를 이동시킨 만큼, 물체의 에너지가 변화하게 됩니다. 즉, 일은 에너지의 변화량과 같은 것입니다. 다시 말해, 힘은 에너지를 변화시키는 원인이고, 일은 그 변화의 양을 나타냅니다.
- 힘이 물체에 작용해 위치가 변하면 '힘은 물체에 일을 해줬다'라고 표현함
- 힘이 일을 해준 만큼 물체의 에너지가 변화함
- 즉, 힘이 에너지를 변화시킬 때, 그 변화량이 일로 표현됨
예시를 한번 살펴볼까요?
무거운 상자를 들어서 높은 곳에 있는 선반에 올렸다고 생각해 봅시다. 상자를 들어올리는 힘(F)을 작용하여 높이(s)인 곳에 옮겼습니다. 힘을 작용해서 물체의 위치가 바꼈으니, 우리는 상자에 일(W)을 해주었습니다. 그럼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높이가 전보다 높아졌기 때문에 바닥에 있을 때와 달리 '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이를 과학자들은 위치 에너지가 증가했다고 말합니다. 이때 위치 에너지 증가량은 우리가 해준 일의 양과 같습니다.
다른 예시도 한번 살펴볼까요?
높이 h의 나무에 달려있는 사과가 있습니다. 이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졌습니다. 이 경우, 사과에는 중력 F란 힘이 작용했습니다. 그 힘 때문에 사과의 위치가 높이 h에서 바닥으로 변했습니다. 중력 F가 사과의 위치를 h만큼 변화시켰으니 중력이 사과에 '일'을 한 것입니다. 그럼 사과의 관점에서는 어떻게 되나요? 사과는 원래 위치에너지 E 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헌데, (최대)속도 v를 갖고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바닥에선 더이상 떨어질 수 없으니 위치에너지가 0입니다. 그럼 이 위치에너지는 어디로 갔을까요? 바로 사과의 운동에너지 E로 변환된 것입니다. 중력이 사과에 일을 해줬더니 사과의 에너지가 변환된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일-에너지 정리" 에 따르면, 물체에 작용하는 모든 힘이 한 일의 합은 물체의 에너지 변화량과 같습니다. 즉, 일을 통해 물체의 운동 상태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마무리
이제 일의 개념이 좀더 명확하게 이해가 되셨나요? 힘과 에너지를 연결해주는 개념으로 사용되는 것이 바로 일입니다. 이런 개념들은 그저 물체의 상태와 운동을 기술하는 방법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기술하는 것 뿐이죠. 마치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본 시인과 과학자의 반응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죠. 시인은 떨어지는 낙엽에서 슬픔을 보지만, 과학자는 중력을 보는 것처럼 힘과 에너지, 일도 관점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것일 뿐입니다. 물리학의 개념들과 친해지면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 다양한 표현법을 익힐 수 있게 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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