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대부분은 텅 비어 있다" 혹시 이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놀랍게도, 우리 몸을 이루는 원자는 대부분 빈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마치 유령처럼 말이죠! 그렇다면, 왜 우리 몸은 바닥으로 꺼지거나 벽을 통과하지 않고 형체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원자의 구조를 살펴봐야 합니다.
원자, 탐구의 여정
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입자를 원자라고 부릅니다. 주기율표에 나와있는 입자들이 바로 원자에 해당합니다. 이들 원자들이 모여 분자를 이루고, 이들 분자들이 모여 눈에 보이는 물질이 됩니다. 원자의 구조는 많은 과학자들의 탐구 주제였습니다. 원자를 물자를 이루는 기본입자까지 확대한다면,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시작된 4원소설 역시 원자에 대한 탐구로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원자 개념이 등장한 건 19세기 말입니다. 돌턴과 톰슨, 러더퍼드를 거쳐 보어에 이르기까지 많은 과학자들이 원자의 구조에 대한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 돌턴 (1803년) :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개념 제시
- 톰슨 (1904년) : (+) 전하를 띠는 물질 속에 전자가 박혀 있는 건포도 푸딩 모형 제시
- 러더퍼드 (1911년) : 알파 입자 산란 실험을 통해 원자핵의 존재 밝힘
- 보어 (1913년) : 전자가 특정 에너지 준위를 가진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보어의 원자모형 제시
보어의 원자모형에 따르면 원자는 마치 태양계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중심에는 (+) 전하를 띠는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를 (-) 전하를 띠는 전자들이 돌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자핵과 전자 사이의 거리는 매우 멀어서, 원자의 대부분은 빈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았죠. 보어 모형은 원자의 안정성을 설명하는 데 기여했지만, 전자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했습니다. 이후 과학자들은 양자역학이라는 새로운 이론을 통해 원자의 구조를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현대의 원자 구조
양자역학에 따르면, 원자는 중성자와 양성자로 이루어진 핵과 전자를 갖고 있습니다. 이때 원자 내 전자는 2가지 특징을 보입니다.
첫째, 전자는 전자 구름, 확률적 형태로 존재합니다. 우리는 전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알 수 없습니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르면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전자의 상태에 대한 확률 뿐입니다.
둘째, 전자는 에너지 준위에 따라 특정 영역에 분포합니다. 에너지 준위란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 값 또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핵과 가까운 쪽은 에너지가 가장 낮은 바닥상태이며, 바깥으로 갈 수록 더 큰 에너지를 같습니다.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 즉 에너지 준위는 특정 값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일종의 아파트처럼 특정 층에서만 살 수 있습니다. 1층과 2층 사이, 3층과 4층 사이에 살 수 없듯이 말입니다.
텅 빈 솜사탕 같은 원자
현대의 원자 모형에서도 원자의 대부분은 진공입니다. 원자의 대부분이 진공이라면, 분자도 진공입니다. 그럼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도 대부분 진공이라는 뜻이겠죠? 마치 텅 빈 솜사탕과 같습니다. 솜사탕은 대부분 공기로 이루어져 있지만, 설탕 가닥들이 서로 얽혀 있어 모양을 유지합니다. 그 솜사탕을 손으로 누르면 어떻게 되나요? 작은 힘으로도 금새 납작한 형태로 변합니다. 당연하죠. 솜사탕의 대부분은 공기가 차지하고 있었으니까요.
우리 몸은 어떤가요? 허벅지를 손으로 꾹 눌러봅니다. 납작해지기는커녕 단단한 살집이 도리어 제 손을 밀어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대부분 빈 공간인 원자로 이루어진 우리 몸은 왜 이렇게 단단한 걸까요? 대체 어떻게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걸까요?
페르미의 배타 원리, 단단한 형체의 비밀
그 비밀은 바로 원자 바깥에 위치한 전자에 있습니다. 앞서 전자들은 특정 에너지 준위에만 머무를 수 있다고 했죠? 처음에는 이 에너지 준위가 주양자수(n) 하나만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파트로 치면 1층, 2층과 같이 층수만 나뉘어져 있는 줄 안거죠. 헌데, 연구를 계속하다보니 주양자수 이외에도 3개의 양자수가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치 아파트 1층에도 101호, 102호 이렇게 호수가 나뉘어서 서로 겹치지 않게 자리를 차지하고 사는 것처럼 말이죠. 그 원리는 전자들끼리의 반발력 때문입니다. 서로 자기 구역을 벗어나 남의 구역을 침범할 수가 없는 것이죠. 두 개 이상의 전자는 같은 양자 상태를 가질 수 없다고 표현하며, 이를 페르미의 배타 원리라고 합니다. 우리 몸이 이렇게 단단한 형체를 유지할 수 있는 건 바로 페르미의 배타 원리를 따르는 전자들 덕분입니다. 전자들이 서로 밀어내고 있기 때문에 형체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죠.
원자의 '진공'과 불교의 '공' 사상
원자의 구조를 제대로 알고 보면 사실 우리 몸은 전부 빈 공간이란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건 마치 불교의 '공' 사상을 떠올리게 합니다. 불교에서는 '공'의 개념을 통해 모든 것이 텅 비어있다고 말합니다. 과학적 관점에서 말하는 진공과는 그 의미가 다르긴 하지만, 우리가 실체없는 텅빈 존재라는 사실에 있어서는 서로 맞닿아있는 듯 보이네요.
우리 몸을 이루는 원자는 텅 비어있지만, 그 안에는 놀라운 질서와 조화가 존재합니다. 전자는 특정 에너지 준위를 유지하며 움직이고, 원자들은 서로 결합하여 분자를 이루고, 분자들은 모여 세포를 이루어 우리 몸을 만듭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불교에서 말하듯 아무것도 집착할 것이 없는 듯 보입니다. 결국 전부 비어있는 것인데, 우리는 왜 그렇게 욕심을 부리고 안달을 내며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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