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맛있는 음식 이야기를 할 때 가끔 '수비드'라는 용어를 접하게 된다. 먹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수비드 방식으로 조리한 고기는 그냥 구운 것에 비해 더 부드럽게 느껴진다. 왜 그런 걸까? 알고 보면 그 비밀은 '근육의 구조'에 있다고 한다. 근육은 여러 요소로 구성되어 있는데, 익힘 온도에 따라 근육이 익는 부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근육은 어떤 성분으로 이뤄져 있고, 온도에 따라 어떻게 특성이 달라지게 되는 걸까? 오늘은 근육의 구조를 바탕으로 수비드 방식의 원리를 과학적인 관점에서 알아보려 한다.
수비드 방식은?
수비드(sous-vide)는 재료를 진공포장해 저온에서 익히는 조리법을 의미한다. 미쉐린가이드에 따르면, 육류는 54~71도에서 조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근육의 구조?
고기는 단백질과 지방으로 구성된다. 열을 가하면 근육, 즉 단백질은 변성된다.
근육의 구조는 근섬유가 다발처럼 모인 근섬유다발을 콜라겐이 감싸고 있는 형태이다. 근섬유는 긴 섬유모양의 근원섬유단백질과 그 사이를 공모양의 근형질 단백질이 채워져 있는 형태다. 다시 말해, 근육은 근원섬유단백질, 근형질단백질, 콜라겐으로 이루어진 단백질 다발로 이루어져 있다.
- 근육 = ∑ 근섬유다발 + 콜라겐
- 근섬유다발 = ∑ 근섬유 = ∑ (근원섬유단백질 + 근형질 단백질)
온도에 따라 변하는 고기의 특성
근육을 이루고 있는 단백질의 종류가 3가지다. 이들은 열에 변성되는 온도가 제각기 다르다. 가장 낮은 온도(45~50℃)에서는 근원섬유단백질이 익는다. 중간 온도(55~60 ℃)에서는 근형질단백질이 응고된다. 그보다 높은 온도(65℃)에서는 콜라겐이 수축한다. 원래 길이의 1/3까지 줄어들게 된다. 그 이상의 온도(75℃ 이상)에서는 수축된 콜라겐이 분해되어 젤라틴으로 변한다.
- 45~50℃ : 근원섬유단백질 익음
- 55~60 ℃ : 근형질단백질 응고
- 65℃ 부근 : 콜라겐 수축
- 75℃ 이상 : 콜라겐 분해, 젤라틴 생성
온도에 따라 단백질이 서로 다르게 익기 때문에 조리법에 따라 고기 맛이 달라지게 된다. 처음에는 근원섬유단백질부터 익는다. 하지만 아직 콜라겐과 근형질단백질은 익지 않았다. 그래서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다 온도가 점차 높아지면 근형질단백질까지 응고된다. 전보다 조금 더 단단한 느낌의 고기가 된다. 더 익으면 콜라겐까지 수축하면서 고기가 더 단단해진다.
삼겹살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처음에는 부드럽던 고기가 오래 익히면 어느 순간 크기가 줄어들면서 과자처럼 딱딱해진다. 그때가 바로 콜라겐까지 전부 익은 순간이다. 삼겹살을 불판 위에 오래 두고 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가장 단단한 고기를 씹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슷한 부위로 만드는 수육은 오래 삶아도 부드럽다.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건 콜라겐이 분해되어 젤라틴으로 변할 때까지 푹 삶았기 때문이다.
수비드 방식의 원리
다시 수비드 방식으로 돌아가보자. 앞서 수비드 방식은 낮은 온도에서 익히는 방식이라고 했다. 어떤 요리를 하는지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50~60℃ 정도에서 익히는 경우가 많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면 60 ℃ 부근에서 고기가 가장 부드러워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알고보면, 수비드 방식은 근육 단백질의 성질을 고려한 매우 과학적인 조리법이라는 사실!
더불어, 같은 고기를 구워도 고깃집 사장님이 굽는 것과 내가 굽는 것의 맛이 다른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사장님은 어떤 온도에서 얼마나 구워야 가장 맛있는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다음에 고기를 먹을 때는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고기의 특성을 떠올려보면 어떨까? 더 맛있게 고기를 굽는데 도움이 될지 누가 알겠나?
- 참고자료 : 알아두면 쓸모있는 식품과학 이야기, 사이토 가쓰히로
'생활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과학기술 혁신이 사라진 3가지 이유 (1) | 2024.10.14 |
---|---|
단위 누가 정할까? 물리량 국제단위계 SI (4) | 2024.10.14 |
동결건조 기술의 비밀? 물의 상평형 곡선과 삼중점 (3) | 2024.09.29 |
영국 SMR 개발 및 정책 동향 (6) | 2024.09.28 |
프랑스 SMR 기술 개발 및 정책 동향 (4) | 2024.09.27 |